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행동이 있다. 손절이다.
이론은 안다. 잃을 때 빨리 잘라야 한다. 그리고 손실이 커지기 전에 나와야 한다. 그런데 막상 빨간 숫자를 보면 손이 안 움직인다. '조금 더 기다리면 올라오겠지.' 그 기다림이 손실을 두 배, 세 배로 만든다. 왜 이렇게 될까? 손절 기준이 감정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감정은 늘 기다리라고 말한다. 해결책은 하나다. 손절 기준을 숫자로 만드는 것이다. 감정이 개입할 틈을 없앤다.
☞ 본 시리즈는 투자 권유가 아닌 교육 목적의 콘텐츠입니다.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매매 전략 · 심리 · 리스크 관리시리즈
22화. 진입·분할·청산 전술
23화. 손절 기준 - ATR과 변동성 기준 설정← 현재글
24화. 포트폴리오 리스크 관리(예정)
25화. 손실회피·과신·확증편향 대응 루틴(예정)
손절을 못 하는 이유 -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손절을 못 하는 투자자의 공통점이 있다. 진입할 때 손절 기준을 정하지 않았다는 것.
'많이 내리면 팔겠다'는 기준이 아니다. -5% 인지, -10% 인지, 특정 가격인지가 명확해야 한다. 기준이 없으면 매번 그 기준을 바꾼다.' 처음엔 -5%에서 팔려했는데, 이제 -10%까지 기다려야지.' 이것이 반복되면 -30%가 된다.
손절 기준은 반드시 진입 전에 정한다. 진입 후에는 감정이 개입된다. 진입 전에 정한 기준만이 믿을 수 있다.
고정 비율 손절 - 가장 단순한 방법
가장 쉬운 방법이 있다. 매수가 대비 일정 비율 하락 시 무조건 손절하는 것이다.
10만 원에 매수했다면 9만 원(-10%)에서 손절한다. 단순하고 명확하다. 감정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단, 이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종목마다 변동성이 다르다. 코스피 대형주는 하루 변동폭이 1~2%다. 코스닥 소형주는 5~10%도 일상이다. 같은 -5% 기준을 적용하면 대형주는 너무 쉽게 손절되고 소형주는 손절이 너무 늦는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ATR이다.
ATR이란 - 변동성을 숫자로 만드는 도구
ATR(Average True Range)은 '평균 진정 범위'다. 일정 기간 동안 주가가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수치로 보여준다.
계산 방식은 이렇다. 매일 다음 세 값 중 가장 큰 것을 TR(True Range)로 정한다.
- 당일 고가 - 당일 저가
- |당일 고가 - 전일 종가|
- |당일 저가 - 전일 종가|
이 TR 값의 14일 이동평균이 ATR이다. 보통 기간은 14일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ATR이 높으면 변동성이 크고 낮으면 변동성이 작다. 같은 숫자지만 다른 의미다.
A 종목의 ATR이 2,000원이라면 하루에 평균 2,000원씩 움직인다는 뜻이다. B 종목의 ATR이 500원이라면 하루 평균 500원씩 움직인다. 같은 -2,000원 손실이라도 A 종목에서는 하루 일상 변동이고 B 종목에서는 4일 치 변동이다.
대부분의 증권사 HTS와 MTS에서 ATR 지표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차트에서 보조지표로 추가하면 된다.
ATR 기반 손절 - 변동성에 맞는 기준 설정
ATR을 활용한 손절 기준 공식은 이렇다.
손절가 = 진입가 − (ATR × 배수)
배수는 보통 1.5~2.5배를 사용한다. 상황에 따라 조정한다.
A 종목을 50,000원에 매수했다고 하자. 14일 ATR이 1,500원이다. 배수를 2배로 설정하면 손절가는 이렇다.
손절가 = 50,000 − (1,500 × 2) = 47,000원
50,000원에서 6% 아래다. 이 수준은 A 종목의 평상시 변동성을 반영한 기준이다. 단순히 -5%, -10%를 고정 적용하는 것과 다르다.
B 종목을 같은 50,000원에 매수했다. ATR이 800원이라면 손절가는 이렇다.
손절가 = 50,000 − (800 × 2) = 48,400원
B 종목은 변동성이 작으니 손절 기준도 좁다. 당연한 결과다. ATR 기반 손절이 고정 비율보다 합리적인 이유다.
배수는 어떻게 정하는가
배수 선택에 기준이 있다.
● 단기 매매 (며칠 이내): 1~1.5배. 손절 기준을 좁게 잡는다. 빠르게 판단하고 빠르게 나온다.
● 중기 매매 (수주~수개월): 2~2.5배. 어느 정도 변동성을 허용한다. 추세가 망가졌을 때만 나온다.
● 장기 가치 투자: ATR 배수보다 차트 구조(지지선, 추세선)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ATR은 보조 참고로 활용한다.
배수가 클수록 손절 기준이 넓어진다. 그만큼 손실 허용 범위도 커진다. 자신의 투자 기간과 심리 허용 범위에 맞게 설정한다.
추가 손절 기준 - 구조적 기준과 함께 사용하기
ATR 기반 손절 외에 차트 구조를 기준으로 삼는 방법도 있다. 두 가지를 함께 쓰면 더 정교하다.
● 지지선 기준: 주요 지지선 바로 아래를 손절가로 설정한다. 지지선이 무너졌다는 것은 시장 구조가 바뀐 것이다.
● 이동평균선 기준: 60일선이나 120일선 아래로 종가가 마감하면 손절한다. 중기 추세가 꺾인 것이다.
● ATR + 구조 기준 병행: ATR로 계산한 손절가와 지지선 기준 손절가를 비교한다. 더 위에 있는 쪽을 최종 손절가로 사용한다. 더 보수적인 기준을 택하는 것이다.
1% 리스크 원칙 - 한 번의 손절로 잃는 금액을 제한한다
ATR로 손절가를 정했다면 한 가지를 더 한다. 포지션 크기를 계산한다.
목표는 이것이다. 한 번의 손절로 계좌의 1%만 잃는다.
공식은 이렇다.
투자 금액 = (계좌 × 1%) ÷ (ATR × 배수)
계좌에 1,000만 원이 있다면 한 번 손절로 잃을 수 있는 금액은 10만 원(1%)이다. ATR이 1,500원, 배수가 2다. 손절 허용 폭은 3,000원이다. 이 경우 투자 가능 금액은 이렇다.
10만 원 ÷ 3,000원 = 약 33주
33주만 산다. 33주 × 현재가(50,000원) = 165만 원어 치다. 계좌의 16.5%다. 한 종목에 이 이상 넣지 않는다.
이 원칙의 장점이 있다. 10번 연속 손절해도 계좌의 10%만 잃는다. 회복할 기회가 남아 있다.
시간 기반 손절 - 방향이 없으면 나온다
ATR과 구조 기준 외에 또 하나의 손절 방식이 있다. 시간 기반 손절이다.
매수 후 일정 기간 내에 예상한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나온다. '매수 후 5 거래일 내에 반등이 없으면 손절한다.' 주가가 손절가에 닿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기준이다.
이 방법의 장점이 있다. 자금이 방향 없는 종목에 묶이는 것을 막는다. 다른 기회에 자금을 쓸 수 있게 된다. 장기 성장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놓칠 위험도 있다. 그래서 시간 기반 손절은 단기 매매에 더 적합하다.
손절 실패의 흔한 패턴 세 가지
손절을 시도했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있다. 원인을 알면 피할 수 있다.
● 패턴 1 - 손절가를 내린다. 처음 -7%에서 팔려했는데 -7%에 도달하자 '조금만 더'라고 -12%로 바꾼다. 그다음은 -20%가 된다. 손절가는 한 번 정하면 내려서는 안 된다. 올리는 것(수익 보호)은 가능하다. 내리는 것은 금지다.
● 패턴 2 - 물타기로 손절을 회피한다. 주가가 내려가자 평균 단가를 낮추기 위해 추가 매수한다. 잘못된 판단이었음에도 포지션을 키운다. 이 경우 손실 금액이 두 배로 늘어난다. 물타기는 신중하게 아주 명확한 근거가 있을 때만 해야 한다.
● 패턴 3 - 손절 후 바로 재매수한다. 손절하고 나서 주가가 조금 오르면 '역시 팔지 말걸'이라고 후회한다. 그리고 다시 산다. 그러면 손절의 의미가 없다. 손절은 그 종목에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멀어지는 과정이다. 최소 하루이틀은 그 종목을 보지 않는 것이 좋다.
손절 실행 - 아는 것과 실행하는 것
손절 기준을 정했다고 끝이 아니다. 실행해야 한다. 실행을 돕는 방법이 있다. 조건부 손절 주문(스탑로스 주문)이다. 매수하면서 동시에 손절가에 조건부 매도 주문을 넣는다. 주가가 손절가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매도된다. 감정이 개입할 틈이 없다. 국내 대부분의 증권사 앱에서 이 기능을 제공한다. 활용을 습관으로 만든다.
손절은 실패가 아니다. 틀린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틀렸을 때 빠르게 인정하는 투자자가 오래 살아남는다. 데이터 기반 손절 시스템은 그 인정을 더 쉽게 만들어준다.
다음 화에서는 포트폴리오 전체를 리스크 관리하는 방법을 다룬다. 한 종목에 얼마를, 한 업종에 얼마를 넣어야 하는지 근거를 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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